저의 취미 중 하나가 사진찍기 인데요.
가끔씩 '와 예전엔 이런거 하나도 몰랐는데 요즘은 이런거도 알고 찍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카메라 기종 기반으로 제가 사진에 대해 배우는 포인트들을 써봅니다.
카메라를 쓰던 때에 이렇구나 라는걸 진작에 알았다면 아마 사진작가가 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아직도 배울 것은 많고 하나둘씩 배우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진 말고 카메라만 집중해서 올려봅니다.
> 처음으로 '카메라'를 접하다: Pentax MX (90년대)
특징: 완전 수동 카메라 + 외장 플래시
- 필름을 감아 넣는 것과, 초점 링을 통해 초점을 맞춘다는 것을 배움
* 나중에 (2010년 이후) 다시 필름 카메라를 꺼내 쓰던 시기에, 이 녀석도 (노출계를 위한) 배터리가 필요하구나 를 알았고,
그때 아이폰으로 쓸 수 있는 노출계 앱을 알게 되어, 노출계 배터리가 없더라도 필름 카메라는 어느 정도 사용은 가능함을 알게 됨.
> 내 첫 카메라: 삼성 초록색 @teen (2000년대 초반)
특징: 필름 자동 카메라, 고정 초점. 초등학생 때 주로 썼음.
- 사진을 찍고 남긴다는 것과, 필름의 소중함을 배움
* 최소 초점거리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해서, 지금 보면 한숨나오는 ㅋㅋㅋ 초점 안 맞는 사진들이 많이 남아있음.
> 가족 카메라: 니콘 줌 카메라 (90년대말~2000년대 초?)
특징: 필름 자동 카메라, 반셔터 버튼의 존재
- 자동으로 초점을 맞춰주는 반셔터와 (광학)줌의 개념을 배움
* 이때까지 필름 카메라의 시대였으며, 집에 컴퓨터가 생기기 시작한 2000년대 초에는 '스캐너'라는 장비를 쓰게 됩니다.
아날로그 필름을 디지털 파일로 저장하는 방법이 당시엔 스캐너가 전부였지요.
필름 카메라 촬영 -> 인화 -> 평판 스캐너로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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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갑니다.
> 집에서 쓴 첫 디지털 카메라: 소니 DSC-P71 (2002년)
특징: 320만화소 디지털 카메라(2048x1536), 3배 광학줌과 2배 디지털 줌, 메모리스틱
- 사진을 파일로 저장하는 것, 디지털 카메라의 기초를 배움.
- 동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카메라
- 제 디지털 줌 기피 현상이 이때부터 생겼는지도 모르겠네요.
> 내가 휴대하는 디지털 카메라: Palm Zire71 (2003년)
특징: 토이카메라 수준의 사진을 찍는 CCD 30만화소 카메라 탑재 PDA (640x480)
- 여담으로, 처음 해외여행을 가게 된 것이 2004년 초 였습니다. 부모님은 위의 소니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가라고 하셨지만, 비싼 카메라를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낀 저는 이 PDA만을 들고 가게 됩니다. 그렇게 찍어온 결과물들을 보면 조금 아쉬운 판단이었지만, 어린 저는 저런 결정을 내렸었네요.
- 이 PDA는 Palm OS를 사용합니다. PDA들은 지금의 스마트폰처럼 앱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대신 앱스토어 같은건 없고, 주로 설치파일을 SD카드에 넣고 옮기는 등) 어떤 놀라운 개발자분이 이 카메라의 화면을 캡처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Palm Movie Maker라는 이름으로 릴리즈되었고, 나중에 이름에 문제가 생겨서 Zire Movie Maker라는 이름으로 바꿨던 기억이 있습니다. 라이센스 키를 유료로 샀던 기억도 있고요. 하지만 이 PDA에는 마이크가 없어서 소리 없는 영상을 저장할 수 있었다... 해상도는 160x112? 이런 수준에다가 파일도 .zmm 이라는 자체 포맷이었어요.
- 사진 저장 및 백업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낌.
중2 때 수학여행을 가서 사진을 많이 찍고 한동안(거의 한 달?) 컴퓨터로 사진을 옮겨놓지 않았는데요, 하루는 친구가 가져온 MP3에 SD 슬롯이 있는걸 보고 "와 신기하다, 이거 인식 되나?"하고 제 PDA에 있는 SD카드를 넣었습니다. 무슨 메시지가 나와서 OK 누르면 인식되겠지 하고 눌렀고... 나중에 보니 텅 빈 메모리... 알고보니 그 OK는 포맷 버튼이었던 것.
(지금 보면 영어를, format 이라는 단어를 몰랐을수도 ㅋㅋ......)
이때 이후로 백업에 집착하게 됩니다. 이중화는 필수죠.
> 내가 휴대하는 두번째 디지털 카메라: PalmOne Zire72s (2005년)
특징: CMOS 센서의 120만화소 PDA (1280x960)
- 손떨림을 줄여야 한다는 것을 배움. 위 Zire71 PDA의 후속작이었는데, 후속작임에도 찍을 때 흔들린 사진이 많이 남아있더라구요. 그래서 은연중에 Zire71이 사진이 더 잘 나온다고 기억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꺼내 찍어보니 이게 더 화질이 좋긴 하더라고요. 안 흔들린 사진이라는 가정 하에.
- 이 제품에서는 .asf 의 320x240 영상을 녹화할 수 있었습니다. 프레임은 약 10fps 이하... 그래도 모노 마이크 내장으로 소리와 영상을 담을 수 있었습니다.
> 내가 전담으로 쓰는 첫 디지털 카메라: 소니 DSC-H1 (2005년)
특징: 500만화소 고배율 줌 카메라 (12배 광학줌), 640x480 촬영 시 크롭해서 최대 48배 줌
- 디자인은 지금 봐도 그럴싸하지만, 렌즈 교환 불가하고 줌만 짱 좋았습니다.
- 내가 처음으로 쓰게 된 "수동모드"(매뉴얼모드)가 들어간 카메라
- 셔터스피드 우선 모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땐 조리개 우선 모드/매뉴얼 모드를 왜 쓰는지 알지 못했어요.
- 우연히 영어로 하는 사진 수업을 몇번 들었는데, 이 때 이 카메라로 화각의 개념을 좀 알게 되었어요.
> 내 첫 폰카: SCH-V6900 (2005년)
- 카메라 내장된 슬라이드 폰
- 카메라 면에서는 큰 의미 없음
> 가족의 두번째 카메라: 코닥 V705 (2007년)
특징: 광각/표준 줌의 2개 렌즈 구성의 카메라
- 광각의 편리함을 배움
요즘 스마트폰은 2개를 넘어서 3, 4개의 렌즈를 넣은 폰들도 굉장히 많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독특한 렌즈 구성의 카메라였습니다.
사실 이렇게 렌즈 두개를 넣는건 "디지털 카메라"의 형태에서는 지금도 독특한 포지션일거에요.
> 내 다음 폰카: 캔유 801EX (2008년)
특징: 반셔터 버튼이 들어간 500만화소 카메라
- 손떨림 줄여야 하는 것과, 화소수가 높으면 폰으로도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움
- 한편으로 센서 화소가 높아도, 프로세서가 안 좋으면 고화질 동영상을 녹화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움
- 이때 캔유 동호회에서 조금 활동(눈팅)을 하기도 했는데, CPU(AP)가 최대로 끌어쓰면 HD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그래서 펌웨어 개선을 요청하겠다 이런 얘기가 들려왔던걸로 기억해요. 그러나 그것이 현실이 되진 않았고...
- 추가로 이녀석은 LG U+의 전신인 LGT의 3G망인 CDMA2000 EV-DO Rev.A 규격의 통신망을 사용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통신이 안돼요. 그래서 핸드폰을 켜면 날짜와 시간을 못 받아오고...심지어 날짜와 시간을 수동으로 지정할 수도 없어서 아주 망했어요 (...)
> 내 첫 아이폰: iPhone 3GS (2009년)
특징: 아이폰!!! 300만화소 AF 카메라 탑재
- 사진은 말할 것도 없고, 동영상 촬영 및 감상도 좋은 기기
- 기본 어플리케이션 외에 앱스토어에서 서드파티 어플리케이션 (AutoStitch, ProHDR 등) 으로 다른 결과물을 뽑을 수 있는걸 배움.
AutoStitch는 쉽게 말해 파노라마를 만들어주는 앱, ProHDR은 HDR 사진을 찍고 조정할 수 있는 앱입니다.
처음 쓴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 앱은 기능이 정말 없었죠. 터치로 초점 맞추기, 셔터 누르면 촬영, 동영상 모드 전환버튼. 끝.
(그 정도로도 결과물이 당시 기준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제는 카메라 앱 안에서 HDR 촬영도 자동으로 되고 심지어 HDR 동영상을 찍는 시대가 되었네요...
폰카는 이 글에서 메인이 아니기도 하고, 이 블로그에서 다른 글들로 굉장히 많이 다루기 때문에 이후 폰카는 생략합니다 :)
> 내 첫 DSLR: 소니 A500 (2010년)
특징: 나의 첫 렌즈 교환식 카메라 (하지만 번들 렌즈 하나로 씀). 동영상 촬영 기능 없음. DSLR이라 펜타프리즘 내려가며 철커덕 하며 맛도 있고, 당시에 흔하지 않던, LCD로 라이브뷰 보면서 찍는 기능도 있어서 편리했음.
- 유럽 여행을 위의 3개 카메라인 아이폰, DSC-H1, Pentax MX 들고 갔는데, 당시 여행을 같이 간 친구의 니콘 DSLR을 보고 신기해하며 여행 갔다온 후에 카메라를 갈구하다가 구매하게 됨...
- 바디가, 센서가 좋으면 화질이 좋은 사진을 쉽게 얻을 수 있구나(...) 그리고 필터(및 노필터)의 중요성을 배움
- 편광 필터 (CPL필터)를 처음 끼고 써 봤습니다. 이때도 카알못이었던 것이, 필터를 기본적으로 UV필터를 쓰면서 렌즈보호를 한다고 하는데... 필터 교체가 귀찮았다는 이유로 CPL필터를 렌즈 보호용으로 끼우고 다님. 그래서 나중에 보니 필터 없는 사진들 대비, 색이 다른 사진들이 저장이 되기도 했어요.
> 내 두번째 렌즈 교환식 카메라: 소니 NEX-5T (2014년)
특징: 배터리를 micro USB 포트로 충전하고, 와이파이 및 NFC를 통해 스마트폰과 연동되며, LCD 180도 회전 가능한 미러리스이자, 지금껏 가장 열심히 쓴 카메라.
- 수동 모드, 특히 셔터스피드 - 조리개 - ISO 및 노출값의 연계성에 대해 몇 년 쓴 후에 '그제서야' 이해하게 됨.
- 조리개 값이 낮은 ( = 조리개가 많이 개방된 = 심도가 얕은) 사진이 전부가 아닌 것이라는걸 배움.
- 전역 후에 미국 가기 전에 사서 간 카메라. 놀랍게도 그 10일 사이에 한 번 떨구고... 뉴욕에서 또 잘못 떨궈서 렌즈 아예 나가기도 하고.
진짜 스토리가 많은 카메라.
- 기본 번들렌즈 16-50으로 시작하고 다녔으나 운명의 2014년 6월, 카메라가 무릎 위에 있는걸 인지하지 못하고 일어나다가 떨궈서 경통이 기능을 상실함. 초점도 나감. AS를 맡기기도 쉽지 않아서 임시로 사용할 렌즈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 먹음. (나중에 귀국하고 AS받음)
그 때 구매했던 렌즈가 바로 위의 렌즈였습니다.
그리고 쓰다 보니 줌 영역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 나중에 55-210 번들 줌렌즈도 영입.
> 내 세번째 렌즈 교환식 카메라: 소니 a7 III (a7m3) (2020년)
특징: 작정하고 산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 어쩌다보니 소니만 많이 썼는데... a7m3으로 오게 된 이유는 바로... NEX-5T와 렌즈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
- 그래서 처음엔 NEX-5T의 렌즈를 같이 썼는데... 크롭바디 렌즈의 한계는 있더라구요.
결국 나중에 FE 렌즈를 추가로 들이게 됩니다.
사실 예전에 썼던 글에 이것저것 덧붙이다보니 시간도 늦어지고 좀 횡설수설하고 그랬지만...
이런 식으로 장비도 발전시키며 렌즈도 추가하고 시대도 변하고... 그랬네요.
다음에는 폰카 버전으로 하나 만들어봐도 좋겠다 싶고,
결과물 비교도 하면 재밌을 것 같으나 그러면 이제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겠죠 ㅋㅋ (사진이 워낙 많은 사람)
아무튼 이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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