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inDiary

광고 차단 앱 논란 그리고 전단지 알바

로볼키 2015. 9. 21. 13:14

iOS 9의 광고 차단 앱이 여러 논란거리를 불러오고 있다.


이미 우리는 웹사이트, 주로 언론사 사이트에서 광고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험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그래서 광고 차단 앱을 쓰는 것은 어찌보면 더 나은 삶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우리는 웹서핑을 하면서 이러저러한 루트로 광고를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는 그것으로 돈을 벌 수도 있고, 그 수익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거다.

이번 광고 차단 사태 전후로, '광고 차단 앱을 쓰면 우리 사이트를 볼 수 없다'라고 띄우는 사이트들도 있다.


하지만 만일 광고 차단 앱을 쓰면서, 가독성을 해치지도 않던, 광고가 있었나...싶은 사이트의 광고도 차단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과도한 광고를 보여주던 사이트라서 '어우 깨끗해' 이렇게 느끼지 않는 이상, 우리는 큰 차이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로 인해 (예상하지 못하던) 손해를 볼 수도 있고, 삶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iOS 9의 광고 차단 앱인 Peace를 구입했다.

그리고 구입한 지 이틀만에, 앱 제작자가 그 앱을 내린다는 글을 보았다. (링크는 트위터 @jiman_yoon 님 블로그, 링크 내에 원본 링크 있음)



광고 차단 앱들은 중요한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그 앱들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상당 부분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동시에 타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까지 다치게 만듭니다. - 앱 제작자 Marco Arment의 말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제작자가 앱을 직접 내렸다는 것이 처음에는 의외였다고 다가왔고,

이 글 덕에 광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크게 눈에 띄지 않는 광고 하나까지 차단한다면, 어찌보면 의미없을 지도 모르는 나의 클릭 한 번에 그 광고주가 도움을 받는 것,

그로 인해 더 좋은 글이 올라온다면 선순환구조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여기서 내 데이터 사용량...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넘어가도록 하죠.)



당장 내 블로그도 조그만 광고를 - 물론 실질적인 수익은 아직까진 없지만 - 달고 있다.

그냥 내 실험에 가까운 수준 ㅋㅋㅋㅋ 이라 그냥 클릭 수 지켜보는 것 만으로 신기한 수준.

이번 iOS 9 도입 이후에 얼마나 통계가 달라질 지 궁금하긴 하다.



이 얘기는 잠시 접어두고,



지난 주, 서울대입구역에서 전단지 알바를 하는 학생을 보았다.

앳돼보이는 얼굴은 둘째치고, 교복을 입은 채로, 에스컬레이터로 향하는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많이 봐 줘야 고등학교 1학년?


하지만 나는 그 전단지를 받지 않았다.




내가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광고를 받지 않게 된 것은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다.

2009년의 하루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 날의 결론은, '이 전단지를 내가 받아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 보다는, 나 말고 누군가 그 내용이 필요한 사람이 받는 것이 광고를 하는 목적이고, 그렇게 광고주에게 이익이 되면 알바도 돈을 더 버는 게 아닌가?' 였다.


그 이후 나는 거의 모든 전단지를 거부하는 사람이 되었다. 뭐 무작정 생까는(?) 것은 아니고, 나름 거부의 손짓 혹은 말과 함께.

사실 그런 류에서 내가 좋은 정보를 얻을 리는 거~~~~~~~의 없거든.


그리고 오늘, 한양대역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는 사람을 보았다.

위에 얘기한 것처럼, 나의 몸은 전단지 거부에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근데 나눠주는 분 말이 "CNN 카페입니다~" 였다.



CNN카페, 학교 안에 있는 카페라서 굉장히 자주 간다. 당장 이 글도 거기서 쓰고 있고.

쨌든 그 상황에서 이미 내 손과 몸은 지나갔고, 다시 돌아가서 달라고 할까, 하다가,

받았는데 광고 내용이 어차피 내가 안 먹는 메뉴거나 나한테 필요 없는거면 어쩔거야, 하다가,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며 수업을 들으러 갔다.




여기서 홈페이지의 광고와 전단지 알바의 생각이 오버랩되었다.


홈페이지에 광고 하나를 걸어뒀다. 수익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삶에 보탬이 된다.

만일 광고 차단 앱이 이런 소소한 수익을 차단하게 되면 이런 영세한 사람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단지 알바를 한다. 수익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삶에 보탬이 된다.

만일 전단지를 받는 사람이 없다면 알바생들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뭐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광고 차단 앱을 쓰고, 전단지를 받지 않는 나로써는, 어찌보면 이러한 행동 하나하나때문에 누군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사라지게 한 것이 아닐까, 더불어서 혹시 얻을 수도 있었을 좋은 정보를 못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광고 차단 앱은 제한적으로 쓸까,

전단지를 일단 받아볼까, 하는 생각.




언제나처럼 뭔가 정리가 안 되는 글이지만 일단 여기서 마무리.

혹시나 뭔가 이걸 보고 의견이 있다면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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