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York 2014

20140130 저녁의 요리 일기

로볼키 2014. 2. 1. 15:04

아 진짜ㅋㅋㅋㅋㅋㅋ


간단한 요리 한 번 하기 힘들었네요.



시작하기 전에 배경지식 심고 가실게요.ㅇㅇ.

요리에 대한 배경지식 따위 음슴. 그러니까 음슴체로 쓰겠음.


본인을 소개하자면 요리랑은 거리가 멀어도 너무나 멀었던 사람임.

요리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초등학생 때 캠프에서 김치찌개 끓여봤던 정도? 물론 혼자서 한 것도 아니었음.

중학교때나 언제든지 캠프 가면, 본인은 버너를 챙겨가긴 했음. 버너가 밥 해 먹으려면 없으면 안 되는 아이템인데, 큼지막해서 가져가기 번거로운 존재임. 보통 본인이 자진해서 가져가겠다고 하면, 말리는 사람도 없고, 그거 하나 던져두면 나머지 사람들 선에서 재료 가져오고 요리 하고 그러니까.

캠프 아니고 일상생활을 보자면, 대학교까지 통학하며 다녀서, 2x살 될 때까지 밥 만들어 먹을 걱정은 없었음.

굳이 나서서 요리를 할 필요가 없었단 말임. 엄마가 해주는 집밥이 그냥 짱인거임. (이건 다들 그렇지 않음?)


그러던 사람이 입대를 하니, 요리를 하...기는 커녕. 요리는 취사병이 할 일이고,

나는 커피타는 법이나 배워야 했음. 근데 믹스커피 직접 타 본게 그때가 처음이었음.-_-


믹스커피... 어렵지 않음. 걍 농도 진하게 만드는게 임.

사실 처음 탈 땐 따뜻한 (뜨거운) 커피를 만들어 갔음. (당시 4~5월).

믹스커피 분말이 찬물에 녹지 않는다는 것은 알았으니, 따뜻한 물에 커피 녹여서 만들었던 것임.

하지만 그때쯤이면 아이스로 마심. 당연히 퇴짜맞음. 거기에 얼음 넣어서 차갑게 만드니 농도가 안맞음.-_-

결론을 말하면, 믹스 커피의 농도는 진해야 함.

간혹 진한거 싫어하는 사람만 잘 구분해서 물 혹은 얼음 조금 더 넣어주면 됨.

대체로 묽은? 연한? 걸 싫어하지 진한걸 싫어하는 사람 음슴.


잠깐, 커피 얘기가 요리 얘기랑 관련이 있나? (여기까지 작성한 현재 시간이 밤 11시 39분이라 좀 졸릴 타이밍임.)


야간근무의 핵심은 야식이었음.

야간에 근무서는 사람들용으로 별도 라면이 나옴. 야간근무때 라면을 잘 끓이는 것도 배워야 했음.

근데 그때까지 컵라면 아닌 봉지라면 혼자서 직접 끓어본 적이 없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간에 근무뛰면서 다양한 종류의 라면을 끓여보게 됨.

하지만 그것도 뭐 거기서 거기임. '일반 라면'류, '짜파게티 등 볶음라면'류 이 두개로 분류됨.

그리고 만들다 보면 크게 어려운 점은 없음.

군생활 중간에 '짜파구리'란 요상한게 끼어들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스프 비율 잘 맞추고 너무 짜지만 않으면 어떻게 만들든 평타는 침.

문제는 내가 불 조절을 하면서 끓인게 아니라, 전기냄비(a.k.a. 쿠커)를 주로 써서 불 조절은 잘 못한다는 점?



배경이 길어졌는데, 이 얘기를 마무리짓자면,

'요리'라는걸 너무 거창하게 볼 필요는 없지만, 지금껏 요리를 제대로 해 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을 뿐임.



하지만 이러던 내가,


부엌이 딸린 기숙사에 살게 되면서,


밥을 혼자 챙겨 먹는 현실이 닥치게 되면서,


본격 생존을 위한 요리를 하게 됨.



하아.

오늘은 글이 길긴 하지만,

다음 글은 사진이 더 많을거임.


왜냐면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이 2월 1일 밤 00시이고, 1월 31일 저녁에 요리할 땐 사진을 꽤 찍었기 때문임.ㅋㅋ



기숙사 들어오고 이틀째.

스위트메이트(Suitemate)한테 물은 어디서 끓이냐고 물어봤더니

오른쪽 위 조그만 냄비에다가 끓인다고 답함....


'아...'


본인이 끓여본 물이라곤, 전기주전자로 끓인 물, 아니면 정수기에서 받은 물이 전부라고 생각하시면 됨.
그래서 위 사진은 물 끓이는 장면임.

여기서 뜬금없이 이 사진이 여기 올라와 있는 이유가 궁금함?



'저기에 올리브유 병 하나만 추가하면, 그게 이 집에 있던, 요리를 위한 재료들의 전부였음.'

 : 후라이팬 하나, 조그만 냄비 하나, 오믈렛 전용 후라이팬(?) 하나, 그리고 올리브유.


이 사실을 이때 알긴 했지만, 그냥 그렇다 뿐이지,

내가 직접 요리를 해봤어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지 알지,

그때까진 저게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 지 상상도 하지 못했음.



요리의 기본은 역시 달걀 후라이. 닭은 진리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좋다, 달걀 후라이를 해 보기로 했음.


달걀 후라이. 쉽게들 하는데 난 그게 딱 모양이 잘 나오질 않는거임.




바로 이게 내가 만든 첫 달걀 후라이였음.


날짜는 2013년 10월 27일.


2013년...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2014년에 전역하면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음.

그 일환으로, 휴가 때, 달걀 후라이는 직접 해 보겠다고 해서, 직접 해 본 결과가 위와 같았음.


본인의 달걀 후라이 만드는 실력이 저 정도임. (저게 첫 시도였고, 이후로 한 2~3번 해 봄.)


근데 1월 30일, 한국 날짜로 보면 설 연휴잖음? 떡국 끓여먹을까 해서 인터넷에서 요리법을 찾았지만,

요리 이제 발걸음을 뗄까 말까하는 내가 도저히 시도할 순 없을 것 같았고,

결정적으로 마트에 떡이 없다...고. (아니 난 별거 다 팔길래 당연히 떡도 있을 줄 알았지-_-)


그래서 그냥 달걀 및 기타 재료들을 삼.



뉴욕에서 마트는 처음 가 본 것이었는데(전에 갔던 곳은 드럭스토어), 눈 돌아감.


이거 집었다가 저거 집었다가, 정신 차리고 내려놨다가, 그랬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막,,,


그렇게 산게 아래와 같음. 전부 다 음식인건 아님.





문제적 달걀...


언제 나서서 달걀을 사 본 적이 있어야 뭘 알지.


내가 집은 달걀 중 한 개가 안에서 깨져있던 것이었음.


계산대에서 뭔가 끈적한게 묻은걸 발견한 직원이 말해줌. 바코드쪽이 눌려있지 않냐, 저런건 깨진거라고.


ㅠ_ㅠ


'바꿔 줘!' 했더니 니가 가서 바꾸라고, 나갈 때 결제된 영수증 보여주고 나가라고 함.


그래서 잘 확인하고 안깨진거로 바꿈.


사과주스, 참을 수 없었음. 애플주스 짱짱주스.

스팸, 며칠 전에 트윗에서 스팸 얘기해서 먹고 싶었는데 마침 보여서 샀음.

스팸 옆에 있는거 : 푸딩 만들어 먹는거.


첵스 스펠링이 Chex라고 표기한다는 사실, 어제 처음 알았음.


자, 재료가 준비가 되었겠다,

미리 갖고 있던 햇반과 김을 꺼냄.



1. 푸딩

 설명서 보니까 '우유 붓고 한 5분쯤 잘 섞으면 됨'이라고 써 있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겠다 싶어서 사왔음.

 근데 냉장고 열었더니 내 우유가 음슴ㅋㅋㅋㅋㅋㅋㅋㅋ룸메는 아닌 것 같은데(증거는 음슴) 룸메나 Suitemate 중 한 명이 다 먹었나봄. 내 우유 말고 다른 우유도 없었음.

 아...-_- 누가 허락도 없이 맘대로 먹으래.

 

 이래서 이 날 푸딩 먹는건 물 건너감.


2. 달걀 후라이

 후라이팬을 가열함.

 빨리 달궈지면 좋겠지, 싶어서 전기렌지 레버를 HI로 돌려둠.

 그리고 올리브오일을 후라이팬에 두름.


 올리브오일에 조금 기포가 보이길래 '아 지금이군' 하고 달걀 깨서 투척.

 ......

 나중에 알고보니 너무 센 불(이든 뭐든 가열하는 그거)로 가열했던 것이었음.

 

 그래도 한쪽 면이 잘 익고 있는...아니 생각해보면 조금씩 튀고 있던, 사이에, 뒤집개를 찾아봤음.


 

 있을 리가 없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까 분명 없는거 확인했지 않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_-

 

 지금이니까 ㅋㅋㅋㅋㅋ하면서 쓰지, 그땐 조금 당황했음.


 '어떻게 뒤집지?'

'젓가락으로 뒤집나? 아니면, 후라이팬 흔들어서 휙 던지듯이 해서?' (......)


 그런 생각이 지나가던 찰나에, 후라이가 약간 탈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걍 옆에 있던 젓가락으로 뒤집기 시작했음.


 ......

 그래서 대충 됐다 싶었을 때 접시에 부었음.



3. 스팸

 스팸 한 캔을 한 끼에 다 먹을거라고 생각을 하진 않았기에,

 캔을 뜯고 칼로 자를 생각을 하고 있었음.


 ...


 잠깐, ?


 잘못 봤을 리가...없지. 정확하게 봤음.


 없다고! 없어!! 여기에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어!!! 


 (......)


 도대체 같이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음식을 해 먹고 사는지 도저히 궁금증이 안 생길 수가 없었음.

 

 뭔가 만들어 먹긴 하던데?



 하여튼, 스팸 역시 옆에 있던 숟가락으로 퍼-_-올리기 시작함.


 한 여섯 조각 정도 퍼-_-냈더니 이 정도면 됐다 싶어서, 아까 그 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굽기 시작함.



 숟가락으로 스팸 퍼 보신 분? 혹은 아래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절대 고르게 가열될 수가 없는 모양임.


 어휴....


 억지로 눌러서 굽다가 그냥 그만 굽고 후라이 접시에 부어버림.



4. 햇반

 요리랄 것도 없이 조금 뜯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림.

 전자레인지 출력은 누가 미국 아니랄까봐 드럽게 높아요. 900W 짜리던가.

 한 2분 조금 넘게 돌렸는데 꺼낼 때 뜨거워서 놓칠 뻔함.

 


5. 김

 뜯음.





그리고 아래는 그 결과.






소감? 후기? 식사평?

 - 달걀 후라이야 뭐 비주얼이 좀 그렇긴 하지만, 먹을 수는 있었다.

 - 스팸, 일부러 라이트로 샀는데 왜 이렇게 ? 이게 소금 25% 적게 들어가고 지방 몇 % 적고 뭐 그렇다던데.

    대체 오리지널 스팸은 어떻게 먹음?

 - 스팸이 밥 도둑이 아니고, 밥이 스팸 도둑이었음. 짜서 그랬던듯.

 - MOM...이 아니라 오늘 가장 잘 된 요리는 햇반.




나중엔 잘 만들거에요. 그렇겠죠?

팁 같은거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


오늘의 요리 일기 끝.

(작성 마무리 1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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