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inDiary

인터넷에 글을 남긴다는 것

로볼키 2016. 3. 11. 21:29

프라이버시 수업...은 아니고 최근 정보통신 이슈들을 짚어보는 수업을 들으면서, 토론수업을 하면서, 중간에 나온 내용도 조금 적어보고,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정리해봅니다. 절대 140자 * 몇 개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아서 블로그에.


오랜만에 글로만 된 포스트네요. 평소에 사진 위주로 글을 쓰는 편인데, 글자로만 된 글, 사진 첨부 하나도 안 해서 블로그 메인페이지에도 안뜨고 썸네일에나 올라올 글, 발행도 안하고 그냥 공개로만 올려서 신규 유입도 얼마 없을 글. 읽어주실 분들은 읽어주시겠지. 하지만 어디까지나 본목적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 의견을 주신다면 물론 감사히 받겠습니다.




인터넷이 익명성을 기반으로 한다고 하지만, 완벽한 익명성을 가지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서비스들은 예전에는 주민등록번호로, 요즘은 뒷자리는 수집을 안하지만(법적으로 완전 금지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생년월일과 이름 그리고 핸드폰번호를 이용, 실제 서비스 가입자인지 실명'인증'을 거치는 경우가 빈번하니 익명성이란게 생길 여지가 극히 드물죠.

애초에 인증을 해야 서비스를 쓰는 것은 지나치게 서비스 사업자 친화적인 정책이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1인 1고유번호 체제... 이를 활용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이 글과는 관계 없으므로...

그리고 이렇게 넣은 정보로 사람을 특정하는 것에 대한 얘기 또한 글에 비해 너무 깊으므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해외 서비스를 볼까요. 지메일 같은 경우엔 이름은 아무 이름이나 넣어도 가입이 되며, 생일을 집어넣게 되어있으나 이게 이름과 연동되는건 아니고, 서비스에서 나이 제한을 둘 때 쓴다고 합니다. (심지어 가입 후 설정에 들어가서 생년월일을 바꾸는 것도 가능)

다만 나중에 비밀번호 재설정이나 2단계 인증에 필요한 핸드폰 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오는데(권장사항, 입력 안하고 넘어갈 수 있음), 

이 핸드폰번호라면 계정 주인을 특정하는데 쓴다면 쓸 수 있겠죠.



자 계정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클라이언트.

우리가 쓰는 모든 인터넷은 IP주소를 발급받아 사용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어딘가에서 어떤 IP주소가 사용중이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IP는 서비스 사업자 (ISP - Internet Service Provider, 쉽게말해 통신사)가 할당하는 것으로, 와이파이면 와이파이 공유기에 연결되어 있고, 셀룰러망이면 기지국 IP가 있겠지요.


셀룰러망은 핸드폰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들이 관리한다고 하면, 특정 시간에 특정 기지국에 특정 전화번호를 가진 기기가 접속했다는 기록이 남을 것이며, 와이파이를 쓴다면 16진수 12자리로 된 MAC 주소가 (물론 변조가 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만) 기기 고유 주소로 있으며, ISP의 IP주소 + 접속 MAC주소를 조합하면 이 역시 사람을 특정하는데 쓰일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뭐하다 이 얘기가 길어졌지. 



우리나라는 유독 사진 찍고 찍히는 것에 민감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본인이 드러나는 것에, 상대가 내 사진을 어떻게 악용할 수도 있지 않나,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내 얼굴이 쓰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꽤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에요.

사실 이건 핸드폰 카메라에 셔터소리를 강제하면서, '어디서 찰칵 소리가 난다' -> '혹시 나를 찍는 것 아니야?'로 전개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좀 더 민감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위에 쓴 내용들,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나름의 관련성을 찾자면, 계정 - 네트워크에서의 나 - 사진을 찍고 이것이 인터넷에 올라가든지 하는 등... 그 각각은 모두 인터넷에서 '나'를 가리킬 수 있는 흔적인 셈이죠.


얘기가 엄청 샌 것으로 보이나, 핵심으로 들어가자면 오늘 글을 쓰는 것은 글에 대한 얘깁니다. 

제가 여기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위에 내용은 크게 벗어나게 쓴게 아니에요.
 
글에는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묻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정보는 단순히 보이는 것, 예를 들면 (아래 중 몇몇을 '문체'라고 묶을 수 있겠지만),

단어의 활용(흔히 쓰는 단어만으로 글을 이어가는지, 잘 쓰이지 않는 단어를 쓰는지),

띄어쓰기, 점, 기호, 특수문자 등의 사용, 단락이 바뀔 때 줄바꿈을 몇 번 하는지,

심지어 특정 단어의 맞춤법을 반복해서 틀리게 쓴다든가, 키보드의 어느 키를 잘못 눌러서 쓴다든가 하는 이 모든게,


인터넷에서 '너는 누구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다 이겁니다.



네, 사진, 접속기록, 계정정보. 이것은 직접적이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매우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이라는 것...으로 한 사람을 알아낸다는 것,

글 한두개 정도로는 쉽지 않겠죠.


그 글이 여러 개가 모인다면? 결코 어렵지는 않을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저라는 사람을 또 드러내고 있네요.


물론 저는 이미 인터넷에 글이고 사진이고 많이...까진 아니지만 적지 않게 쓴 편이고,

(심지어 이 블로그는 개설일 기준 10년차입니다. 메인 블로그로 삼은건 6년쯤 됐으려나 싶은) 

인터넷상에서 이를 감추기엔 늦고도 늦었으니 그냥 크게 생각 안하고? 포기하고? 키보드에 손 가는대로 씁니다만


가끔 상상하면 좀 무섭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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