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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린이의 한라산 백록담 성판악 코스 등반 후기 (2023년 9월)

로볼키 2023. 9. 13. 01:35

안녕하세요.

 

근육통이 사라지지 않은 시점에 등반 후기를 정리해봅니다.

라고 써놓고 어느덧 글 발행 시점에는 한참 지나버렸군요.

 

 

일단 등린이라고 지칭한 본인 체력 소개부터 해보자면 

걷기는 3km 정도, 30분 정도 걷는건 가볍게 할 수 있고요, 

평소 걷는 속도는 6km/h에 근접합니다. (보통 지도앱 기준이 4km/h니까 빠른 편)

달리기는 10km는 50분대에 달릴 수 있습니다. 하프는 딱 한번 뛰어봤고요. 

따로 등산이 취미는 아니에요. 

등산은 높은 산은 커녕, 어떤 산이든 마지막으로 올라간 산이 어디인지 기억이 안 나구요 ㅋㅋㅋ

얼마 사용 안 한 등산화는 있는데 장비 이야기는 아래에 하겠습니다.

 

어쩌다가 제주도에 가게 되어서 뭘 하면 좋을까 싶었는데 문득 한라산 등반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후기를 검색해보니 성판악 코스 / 관음사 코스가 있는데 관음사 코스가 더 어렵다고 하고, 

미리 예약을 하고 가야한다고 예약을 해 봤습니다. 

네 예약이 되네요? 

 

자리가 많이 남아있더라구요. 평일이라서...

또 검색해보니 성판악 주차장이 좁아서 만차가 빨리 된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럼 뭐 일찍 가야죠.

(주차 때문에 일찍 가긴 했는데 사실 자리는 많이 남았습니다. 그래도 일찍 간게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네요.) 

 

전날 밤에 짐을 싸다가 이렇게 하다가는 잠도 못 자고 짐도 못 싸겠다 싶어서 일단 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침 4시 30분에 알람을 맞추고, 늦어도 5시 반 전에 출발해서 6시 전에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하는걸 목표로 했습니다.

 

 

새벽 4시 20분쯤 기상. 

새벽 기준으로 호우 특보는 없었는데 나중에 제주에 호우 특보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가방에 넣은 짐들. 

저는 등산이 아니라 조난 당했을 때 며칠 살아남을 수준으로 짐을 싼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

스틱 제외하고 가방 무게만 한 7kg정도 됐어요. 

 

위 짐에다가 복장은 등산화, 긴 바지, 반팔에 얇은 조끼를 걸쳤습니다. 우의도 챙겨갔어요.

비닐 우의는 아니고 방수 되는 재질의 레인자켓 같은거로요.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도 챙겨갔는데 아주 등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벌레가 얼굴에 근접하지 않게 하는데도 도움이 되었구요. 

 

 

위 배낭에 있던 것들, 정상 찍고 내려와서 필요성 기준으로 분류하면 이렇습니다. 

 

보라색 글씨 + ⭐️: 필수

배낭: 기본이죠. 날씨에 따라 비가 올 경우 방수 커버가 있으면 더 좋습니다.(만...)

이온음료, 물: 올라가면서 수분 보충을 자주 하게 됩니다. 물이 저걸로 부족할 뻔 했어요.

정상에서 먹을거: 필수죠. 

스틱: 저는 스틱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내려갈 때 뿐만 아니라, 올라갈 때도요. 

저는 스틱 두개 쓰고 올라갔습니다. (물론 스틱 하나만으로, 혹은 스틱 없이도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티슈: 한라산 올라가면서 물을 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속밭대피소에 수도꼭지가 있으나 안나옴, 화장실 두 곳 모두 세면대 없음) 

고프로: (촬영을 원하는 경우) 필수입니다. 마운트랑 케이스도 서로 다르게 준비해서요. 저는 헤드마운트 혹은 클립형 마운트를 가져갔는데, 모자 써서 헤드 마운트는 불안했고, 클립형으로 가방 어깨끈 쪽에 고정해서 잘 찍었습니다.

제가 쓰는건 GoPro Hero 3 White edition으로, 무려 10년 전 모델입니다. 화질보다는 기록에 의미를 두고 가져갔어요. 

나중에 가다보니 양 손에 스틱을 쥐고 올라가는데, 내려가는데 집중을 하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을 여유가 생각보다 없더라구요. 

 

보라색 글씨: 가져가면 좋음

음료: 우유 두 팩 가져갔습니다. 이온음료랑 물에 더해서 가져갔는데 잘 가져갔어요.

손전등: 등산 시작하고 30분정도 잘 썼습니다. 9월 1일이었지만 새벽 어두울 때이므로 바닥도 비추고 앞뒤 등산객에게 표시도 되고요. 핸드폰 플래시보다 더 밝은걸로 가져가세요. 

수건: 수건이나 손수건 등은 유용하게 씁니다. 

초콜릿, 에너지바: 필요합니다. 필요는 하지만... 저 정도로 많이 챙길 이유는 없었네요. 

올라가면서 굳이 배낭에서 꺼내서 먹는 것도 일이었어요. 배낭에 손이 쉽게 닿는 지퍼에 몇개 넣어두면 먹기 쉽겠네요. 

추가로 쓰레기통이 없으므로 쓰레기는 꼭 담아서 가지고 내려와서 입구에 있는 쓰레기장에 버리셔야 합니다!

 

 

검정색 글씨: 굳이?

카메라: 네 좋은 풍경 찍고싶어서 굳이 들고간 카메라였는데............ 작품 사진 하실거 아니면 굳이 가져가지 마세요 무거워요...

썬크림: 날씨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굳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어폰: 무선 이어폰 (에어팟)도 챙겼고, 배터리 방전에 대비해 유선 이어폰도 챙겼거든요? 

들을 여유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기에다가 서브폰 하나 챙기면서 (이어폰 잭 있는 구형 아이폰) 오프라인에서 들을 수 있게 음악도 넣었는데...

ㅋㅋㅋㅋ 음악을 들을 정신이 없었어요. 아래에 보시면 알 듯. 

보조배터리: 안 쓴건 아닌데요, 이것 역시 양 손에 스틱을 쥐고 올라가면 핸드폰을 볼 일 자체가 줄어듭니다. 

올라갈때 내려올때 모두 GPS앱으로 위치 트래킹 했거든요? (내려올 때는 기록이 좀 끊긴 구간이 있었지만...)

그리고 사진은 대부분 아이폰으로 찍었구요. 

그런데 내려오고도 배터리 남아있었구요, 2년 되어가는 아이폰 13 "미니" 쓰는데도 그렇습니다. 

너무 용량 큰 보조배터리는 무거우니까, 안 가져가는건 불안하다면 작은걸로 하나 가져가세요.(4000~5000mAh정도?)

 

 

회색 바탕에 흰 글씨: 불필요 

우산: 물론 우산 쓰고 가시는 몇분을 보긴 했지만, 우산을 포기하고 우의를 입는게 낫습니다. 

여벌의 옷: 입을 일이 없었습니다... 입을 여유도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올라가다가 몇분 안 되어 (10여분...?) 긴바지는 도저히 아니다 하고 반바지로 갈아입었구요, 

이건 애초에 반바지로 출발을 했었어야 했어요. )

여벌의 속옷: 상동. 

 

쓰다보니까 위 사진에 없는 것들도 가방 안에 있었네요. 밴드, 후시딘, 서브폰, 우의 등등

이렇게 담아가니 7kg가 넘지...ㅋㅋㅋㅋㅋㅋ 

 

새벽 5시 15분쯤 숙소를 체크아웃하고 성판악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약 30분 걸려서 도착했는데... 

렌트카 테슬라 모델Y. 아마도 다음 글로 쓸 듯

새벽 5시 50분, 주차장은 텅텅. 100자리 넘게 남아있었습니다...

ㅋㅋㅋㅋㅋ

평일 새벽에다가 비수기(?)이므로 굉장히 여유가 있었던 것. 

그래도 덕분에 일찍 산행을 시작한게 나중 일정에 여유를 둘 수 있었던 장점은 있었습니다.

(하산에 여유가 없던건 안비밀 ㅋㅋ ㅠㅠ) 

 

차에서 가방을 꺼내고, 본격 산행 준비.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아이폰 사용자이므로 한라산국립공원 카톡으로 온 QR링크를 눌러서 QR코드를 띄우고, 신분증을 준비하고 관리자분께 제시합니다. 

05:56 성판악 입구

시기별 입산/하산 시간 참고하세요. 

 

05:56) 입구에서 신분증 확인하고 QR 찍고 본격 산행 시작. 

 

새벽 6시대는 꽤 어두워서 플래시라이트가 좀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소 발걸음처럼 걸으면서 몇몇 일행들을 앞질러 가는데, 이내 땀이 나더라구요.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멈춰서 반바지로 갈아입고 조끼를 가방에 집어넣습니다. 

멈춰 쉬면서 앞질러 갔던 분들에게 다시 따라잡히고, 

이거 막 빨리 가겠다 누구를 앞질러가겠다 이런 마인드로 가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비슷하게 올라간 사람들끼리 나중에 쉼터에서든 정상에서든 마주치게 되더라구요.)

 

마실거로 물 500ml 두병과 포카리스웨트 1병, 우유 200ml팩 1개 가져갔는데요 (위 사진에선 2개였는데 하나 마시고 출발함)

최소한 이 정도는 가져가세요. 

올라가면서 물 계속 마시게 됩니다.

 

중간중간 지도를 찍으면서 시간과 위치를 기록합니다. 

이 지도를 잘 봐주세요. 앞으로 자주 보게 됩니다. 

핵심이자 공통 사항은 

성판악 (시작) - 4.1km(1시간 20분) - 속밭대피소 - 3.2km (1시간 40분) - 진달래밭대피소 - 2.3km (1시간 30분) - 백록담 (정상)

이렇게 큰 대피소 두 곳을 거쳐서 정상에 가는 코스임을 알아두시면 됩니다. 

 

올라가면서 최대한 덜 멈추고 가려고, 지도는 현 위치 기준 바로 다음 목적지의 거리/시간만 보고 올라갔는데, 

뒤늦게 보니까 전체 코스별 난이도랑 예상 소요시간도 써있더라구요. 

 

올라가는데... 30분도 안 지난 시점. 

벌써부터 땀이 범벅이 됩니다. 

아 이건 아니다, 바로 멈춰서 전략을 수정합니다.

 

모기에게 다리를 내어줄지언정, 더운건 참을 수 없지. 

긴 바지를 벗고, 가져온 반바지를 꺼내 입었습니다. 

(다행히 새벽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그 타이밍에 앞뒤에 산행하는 사람이 안 지나갔어요.)

 

그렇게 올라가다가 앞에 가던 다른 일행 때문에 두 번 멈췄습니다.

한 번은 멀리 숲속에서 노루가 있어서(!)

조용히 먹을거 찾다가 숲 속으로 사라지더라구요. 

 

 

다른 한 번은 탐방로 옆에 뱀이 무려 4마리가 지나가서였습니다. 

 

사실 혼자가 아니라 두세명 일행으로 올라갔다면 서로 봐주면서 주변을 신경 쓸 여유가 있었을텐데, 

혼자 올라가다보니 정신없이 앞으로 가기 바빴습니다. 

 

 

게다가 정상을 가려면 진달래밭 대피소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통과를 해야 하거든요. (위 사진 참고) 

사실 06시 출발했으니 알고보면 굉장히 여유있는 시간대였습니다만,

이런 긴 산행이 처음이고 (심지어 남한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므로 일단 올라가는거에 모든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그만큼 빨리 올라가기도 했지만, 주변 구경을 잘 못하고 올라간 것도 있어요. 

 

정상이 얼마 안 남았을 때부터 잠깐씩 멈춰서 사진도 찍고 올라가고, 

내려오면서 구경해야지~ 했던 부분은... 나중에 글 아래에서 보시죠. 

 

아무튼 이내 날이 밝아오고, 그렇게 끝없을 것 같은 숲길을 지나서...

 

 

07:06) 1차 포인트인 속밭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성판악~속밭대피소 예상 1:20 / 실제 1:10)

 

등산로에 얼마 안 보이던 사람들이 여기 많이 보이더라구요. 

사진의 오른쪽이 대피소, 바깥에 벤치에 사람들이 꽤 있고, 왼쪽 건물이 화장실입니다.

성판악 코스는 속밭대피소, 진달래밭대피소 이렇게 두 군데에 화장실이 있으나,

둘 다 세면대가 없어서 손을 닦으려면 손소독 티슈나 물티슈를 갖고가서 닦아야 합니다.

물론 쓰레기도 다 가져가서 나중에 출발지점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합니다. 

 

잠시 쉬면서 물도 마시고 에너지바도 먹고, 다시 바쁜 발걸음을 재촉해봅니다. 

07:15) 다시 출발 

슬슬 경사가 드러나는 구간... 

 

 

여기서부터 다음 대피소까지가 성판악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로 분류가 되는 구간입니다. 

 

중간에 발견한 관리소 직원이 타고 가는 열차. 저거 타고 ㄱ..아아닙니다...

하긴 한라산 국립공원 직원이라고 매일 산을 올라가지는 않겠죠. 

 

사라오름 전망대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저의 목적지는 진달래밭 대피소이므로 길을 재촉해봅니다. 

 

근데 이제 보니 이 갈림길에서 사라오름까지 0.6km...가볼걸

 

07:48) 사라오름 입구 

 

 

 

ㄷㄷ 멧돼지가 나올 수도 있군요.

 

드디어 건물이 보이는 것을 보니 다른 대피소네요. 

08:23) 2차 포인트인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속밭대피소~진달래밭대피소 예상 1:40 / 실제 1:07)

여기가 바로 진달래밭 대피소 입니다. 

여기를 13시 전에 통과해야 정상에 갈 수 있는데 현재 시각 8시 23분. 

정상까지 시간 여유가 없지는 않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는데... 

 

변수가 발생합니다.

 

 

시작할 때 등산화 얘기는 아래에서 한다고 했죠? 여기입니다. 

등산화를 사서 몇 번 신었는데, 많이는 안 신었거든요. 

도합 10번은 신었으려나?

 

오른쪽 신발의 밑창이 떨어졌습니다.

 

아......

밑창이 덜렁거리는데 질질 끌면서 갈 수도 없으니, 앞코에 붙어있는 부분도 뜯었습니다.

 

아...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올라갈 수 있나? 

근데 고작 신발 하나 때문에 못올라간다고? 

안되겠으면 맨발로 가야하나? (x) 

왼쪽 신발 바닥도 떨어지면 어떡하지? 

차라리 양쪽 다 떨어지는게 밸런스가 맞을까? 

이걸 예상하고 신발을 추가로 가져왔다면? 짐이 너무 무거워졌을텐데. 

 

등등... 

 

하지만 뭐 별수있나요, 일단 가보는 수밖에. 

 

08:25

진달래밭 대피소 앞에서 사진 좀 찍고 찍어드리고,

잠시 앉아서 가방 정리도 하고, 에너지바 먹는 사이에

 

08:32

갑자기 구름이 확 몰려와서 날씨가 흐려집니다.

 

얼른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다시 길을 나섰습니다.

08:39 정상으로 출발 (왼쪽이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백록담으로 향하는 입구입니다)

 

쭉 올라가다가 갑자기 날이 흐려지고 비가 흩뿌립니다. 

가방 젖은 채 올라갈 것 같아서 가방 방수 커버 장착. 

 

그렇게 올라가다 보니까 갑자기 날이 맑아지고 구름 위에 올라온 듯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갑자기 확 개고 멀리까지 보이길래 사진을 찍어보고...

 

 

저기 멀리 길이 보이는데 저기까지 더 올라가야한다고...?

트루 스토리?

 

이쯤되니 내려오는 사람들이 한두명 보이기 시작하자 내려오는 두 명에게 물어봤습니다. 

 

한 명은 5분 걸린다고 했고, 

2~3분 뒤에 만난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20~30분이 걸린다고 했는데요. 

 

물어본 시점에서 15분쯤 뒤에 정상에 도착했습니다.ㅋㅋㅋㅋ

저기 넘어가면 정상이겠지!!

이제는 다 온거겠지!!!!!

 

09:45) 한라산 백록담 도착!!!! (진달래밭대피소~백록담 예상 1:30 / 실제 1:06)

대피소에서 쉰 시간 제외하면 3시간 23분,

대피소에서 쉰 시간 포함 출발한 지 3시간 49분만에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한라산국립공원 백록담 비석

여기서 사진 찍는 사람이 많다고, 줄 서서 찍는다고 하던데, 

평일 오전 10시에는 엄청 많진 않았어요 한 두세그룹 정도?

 

 

 

아이폰의 MotionX GPS 앱 켜놓고 올라가는 내내 백그라운드로 기록을 했는데,  

이동거리는 9.64km로 지나갈 때 본 9.6km라는 표지와 비슷하군요. 

하지만 하필 멈추면 기록을 멈추고, 다시 출발하면 기록을 재개하는 Auto Pause 기능이 켜져있는걸 몰라서 ㅠㅠ

움직인 기록은 2시간 54분 03초라고 기록되었습니다.

...?

도합 1시간씩이나 쉬었다...?

대피소 말고도 중간에 서너번 멈추긴 했거든요? 근데 이렇게 오래 쉰 것 같진 않은데 ㅋㅋㅋ

아마 움직였는데 기록이 안된 시점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내려갈 때는 Auto Pause 끄고, 기록하기를 켰는데...

아마 중간에 카메라 앱 쓰다가 백그라운드 앱이 꺼졌던 것 같아요. (이 램크루지 애플아 ㅠㅠㅠㅠㅠ 아이폰 램좀 늘려라 아오)

앱이 꺼진걸 알게 된 시점이 좀 늦어서, 하산 기록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대망의 백록담을 내려다봅니다.

오...

물이 엄청 많지는 않았네요.

04:20에 일어났고, 09:51에 하는 식사는 아침인가 점심인가 아점인가

백록담을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고 옆에 주저앉아서 가져온 점심? 아침? 식사를 합니다. 

 

김밥과 계란, 우유.

냠냠

 

올라오는데 벌써 15000보를 걸었더군요. 

문득 밥을 먹다가 보니 날이 흐려지는걸 느껴서

아 카메라로 사진 찍어야지! 해서 카메라를 들고 백록담을 내려다 보았는데...

 

이런. 

흐린 백록담을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아이폰으로라도 백록담 사진을 건진 것에 만족해야겠죠. 

 

그리고 한라산은 등정 인증서를 뽑을 수 있는데,

이게 등정 인증서를 앱으로 신청해서 모바일로 받거나 (무료) / 내려가서 키오스크에서 종이로 뽑는 (1000원)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둘 중 하나만 가능하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종이로 뽑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 신청을 해야 하는데요, 

 

https://visithalla.jeju.go.kr/certi/regist.do

 

한라산탐방 예약시스템

문자로 출력인증번호가 발송됩니다. 문자를 받을 수 있는 정확한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하세요.

visithalla.jeju.go.kr

홈페이지에 예약번호와 정상에서의 인증샷을 업로드하고, 인증을 받습니다. 

* 반드시 사진에도 위치가 기록되어야 합니다.

 

밥도 먹었겠다, 백록담도 봤겠다, 이제 왔던 길 그대로 내려가는 일만 남았습니다.

만약에 따로 주차 없이 왔다면 내려가는 길을 관음사 코스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주차해둔 차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왔던 길 그대로 내려갑니다. 

 

10:14 백록담에서 다시 하산 시작. 

30분정도 정상에서 머물렀네요.

 

근데... 조금 가다보니 비가 오네요?

 

이때는 그 올라갈 때처럼, 특정 구역만 비구름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빗줄기는 점점 거세지고...

11:22) 진달래밭대피소까지 내려옵니다. (백록담~진달래밭대피소 예상 1:30 / 실제 1:08)

 

아까는 밖에서 쉬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젠 비가 엄청 오니 다들 이 "대피소"안에 들어가서 재정비를 합니다. 

방수 커버가 있지만, 이미 다 젖은지 오래. 

 

가방뿐만 아니라 저도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고, 초콜릿 좀 집어먹고...

초콜릿 몇개는 근처에 계시던 다른 분들께 나눠드리고, 

아직 내려가기까지 한참 남았으니 발을 재촉해봅니다.

 

11:34 출발.

 

내려갈 때 역시 진달래밭대피소~속밭대피소 사이 구간이 성판악 코스에서 어려운 구간인건 똑같겠죠? 

거기에 저는 올라갈 때 오른쪽 신발 바닥이 날라갔죠?

비에 젖은 나무 바닥을 밑창이 없는 신발로 밟으니 미끄러지는걸 두세번 겪었습니다. 

스틱이 없었다면 미끄러져 넘어졌을지도 몰라요. 스틱 덕분에 살았음. 

 

고프로 영상 캡처

비가 정말 주룩주룩 왔어요.

상황도 상황인지라 저의 목표는 이제 여유있게 구경하며 하산하는게 아닌, "생존"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내려오면서는 비도 오니까 사진이 몇 개 없어요.

이때 영상은 고프로가 좀 수고해줬으나, 올라갈 때도 꽤 찍었으므로 내려올 때도 찍다가 이내 방전이 되어버렸습니다. 

 

젖을 대로 젖은 모자는 집어넣었고, 비옷에 있는 모자를 덮어 씀.

 

12:36 속밭대피소 도착.(진달래밭대피소~속밭대피소 예상 1:40 / 실제 1:02)

여기도 역시 오전 7시와 다르게, 대피소 안에 비를 피하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여기선 써있기로는 1시간 20분이면 성판악 (시작 지점)까지 갈 수 있다니까 힘을 내어 봅니다. 

 

12:47 출발

그래도 덕분에 푸른 잎이 바닥에도 가득한 풍경을 지나치면서 내려갑니다.

 

 

여기 제가 아니라 다른 어떤 분도 등산화 밑창이 떨어져 나갔네요. 

이거 뭐 보조 신발을 들고 다닐 수도 없는 실정이고... 

신발 점검을 잘 하는 수밖에 없을까요? 어떻게? 

 

이 분도 아마 저처럼 오래되었지만 몇 번 안 신은 등산화를 신고 왔겠죠. 

 

 

 

그렇게 저기 멀리 무언가 보이는데...

 

와... 나 무사귀환했다!!!

 

나올때 기쁨의 사진을 남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3:50 성판악 도착 (속밭대피소~성판악 예상 1:20 / 실제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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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만 모아서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성판악 4.1km
1시간 20분 예상
속밭대피소 3.2km
1시간 40분 예상
진달래밭대피소 2.3km
1시간 30분 예상
백록담
05:56 출발 -> 1시간 10분 소요 -> 07:06 도착
07:15 출발
-> 1시간 07분 소요 -> 08:23 도착
08:39 출발
-> 1시간 06분 소요 -> 09:45 도착
            ⬇️
13:50 도착 <- 1시간 3분 소요 <- 12:36 도착
12:47 출발
<- 1시간 07분 소요 <- 11:22 도착
11:34 출발
<- 1시간 08분 소요 <- 10:14 출발

9.6km x 2 하면 19.2km의 대장정, 약 8시간 걸렸네요. 

 

내려와서 보니 온 몸이, 온 짐이 다 젖었습니다. 

그래서 주차되어있는 테슬라 모델Y의 뒷자리를 접고 캐리어를 열어서 옷을 좀 꺼내고, 

짐은 다 펼쳐서 말리고, 캠핑모드 켜서 에어컨 가동하고... 그랬습니다. 

 

 

무사히 도착해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하구요,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은 몰랐고, 

백록담을 그래도 볼 수 있음에 감사했고,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정상에서 신청했던 인증서도 빼먹을 수 없죠? 

 

짜잔! 

옆에 클리어파일 있어서 딱 담아 왔습니다. 

 

 

이렇게 등린이의 한라산 백록담 성판악 코스 등반 후기 끝! 

 

 

 

p.s. 다리 근육통은 3~4일정도 지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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